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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세상구경

상주 갑장산 아래 갑장사에 들렀습니다.

기사입력 2025-12-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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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구경
상주 갑장산 아래 갑장사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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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세상구경은 원칙이 없습니다.
주먹구구식이지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갑자기 떠나기도 하고, 가끔은 계획을 세워서 떠나기도 합니다만...
이번 갑장사 구경은 아침에 결정하고 바로 떠난 경우입니다.

아시다시피 갑장사는 김천시와 이웃한 상주시 갑장산(해발 804m) 아래에 있는 작은 절집있니다. 갑장산의 8부 능선(해발 680m) 쯤에 사찰이 있는 관계로 가파른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할딱할딱' 숨이 차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두어번 쉬고서야 겨우 올랐습니다.

절집에 들리면 가장 먼저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 봅니다. 이렇게 적혀 있군요.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라고 합니다. 1373년 고려 공민왕 22년에 나옹(懶翁) 혜근(惠勤) 스님이 창건했구요. 1797년(정조 21) 연파(蓮坡)스님이 중수했다는 기록 이외에 조선 후기까지의 연혁은 기록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1990년에 화재로 법당이 불에 탄 것을 세웅(世雄)스님이 중창을 했다네요.
큰 건물은 사진속의 대웅전 하나뿐이니 작은 절집에 속하는 편입니다.
(갑장사 현판 글씨는 유명하신 여초 김응현 서예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영남제일문도 이분의 작품이지요
다시 봐도 멋지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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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장사를 둘러 본 다음 옆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상사(相思)바위라는 웅장한 바위가 있지요. 이곳에는 슬픈 설화가 전해져 온답니다. 아주 오래전 이 절에 머물던 고승이 다른 곳에서 절을 지을 때 한 여신도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은 것을 알아채고는 불사(佛事)를 마치자 마자 바로 유랑걸식에 나섰다가 이곳 갑장사에 머물며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여신도는 고승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갑장사까지 찾아왔다네요. 그러나 고승은 또 다시 몸을 피했답니다. 여인이 하산하는 고승을 찾으려고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갔더니, 저만치 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산을 내려가는 고승의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여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위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답니다. 이후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상사바위라 불렀다지요? 실제로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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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집이라 금방 둘러봤으니 다시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한 친구가 말하길
갑장산 입구쯤 어느 카페에서 또 다른
친구부인이 미술작품 전시회를 한다며 들렀다 가자네요. 당연히 들러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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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름이 "갤러리 포플러 나무아래"입니다. 이름이 참 예쁩니다.

포플러라....! 제가 초등학교때 10리길을 걸어 다녔는데 비포장 신작로 옆에는 포플러나무가 심겨져 있었지요. 6월경이면 무척 더웠는데 책보자기를 어깨에 매고 한참을 달리면 포플러나무 이파리가 햇살에 반짝이곤 했었지요.
또 초등학교 운동장 가에는 이름이 플라타너스 였던가요? 잎이 넓적합니다. 열매를 따서 친구들 머리를 때리곤 하던 나무가 여러그루 있었습니다.
"포플러 나무아래"라는 카페 이름에서 잠시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카페에 들어와서 알았습니다만... 이곳 갤러리 카페는 30여년간 중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안인기라는 미술작가께서
상주지역 예술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아지트로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돈을 벌려고 차린 카페가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무인카페로 운영되는데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 마시면 값을 치르는 것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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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렛을 보니 청우림 회원전이라고 적혀 있군요. 2025년 12월14일부터 내년 1월11일까지 전시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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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이 "흔들리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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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숙희 화가는 한달에 한번 부부가 같이 어울리는 친구의 부인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한번도 못들었습니다.

지난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여고 시절에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술대학 대신에 생활을 선택하는 바람에 그림을 그리던 화구는 조용히 창고 속으로 들어갔고, 수십년을 잊고 살았답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아이를 다 키우고, 포도농사를 짓고,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니 붓을 잡았던 기억도 흐릿해졌는데
환갑을 지난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다시 붓을 들었답니다. 붓을 잡은 손이 조금은 서툴렀지만 낯설지는 않았고, 한장 두장 그릴때마다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고 합니다.

드디어 여고시절의 꿈을 이룬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그림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고
잠시 내려놓았다는 것이 맞겠네요.
(잠시라는 기간이 40년이 넘었지만...)

청우림 회원들의 전시회를 축하하며
갤러리를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데요.
나의 꿈은 뭐 였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농부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한데... 평생을 축산농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TK저널 기자 (tkj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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