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저널] #세상구경
70 가까이 되면 자식들은 이미 각자의 인생을 살고 결국 집에는 부부만이 남게 됩니다. 별 탈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도 고마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정신과 의사의 말씀이 은퇴 이후의 취미생활은 신체· 정신 건강과 사회적 교류를 높여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라고 하시데요
제 주변을 돌아보면 걷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도 있고
독서가 좋다며 꾸준히 도서관을 찾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비싼 섹소폰을 사서는 학원까지 다니며 불기도 합니다.
근래 들어 파크골프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국에서 열풍처럼 번져가던데요.
농부는 아직 은퇴를 못해서 친구들과 어울려 세상구경하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입니다. 그저께도 친구들과 어울려 고령군 대가야읍을 다녀 왔습니다.
고령군의 여러 명소가 편하고 좋더라구요. 어느 도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언덕인데, 수많은 무덤이 있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1,500여 년 전에 존재했던 대가야의 여러 왕들과 귀족들의 무덤이 자리한 곳이지요. 얼마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산리 고분군은 오직 숫자로만 지칭됩니다. 이것도 패망국의 설움이겠지요? (정복자가 정복한 나라의 기록물은 다 태워서 없애버리고 정복자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니 제대로 된 기록이 있을 수가 없겠지요.)
대가야왕릉전시관에 먼저 들렀습니다. 이곳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장 무덤인 지산리 제44호분의 내부를 재현해 놓은 전문 전시관입니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일반인들이 보다 쉽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건립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관람객들이 실물크기로 만든 모형인 지산동 44호분 속에 직접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모습, 껴묻거리의 종류와 성격 등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시관 내부 중앙에는 발굴 당시의 돌방구조 그대로, 발굴 보고서를 토대로 출토 유물과 남아있는 인골 등을 복제해 넣어 두었답니다.
또 전시관 내부 벽체에는 대가야 관련 영상물을 앉아 관람하게 해두었구요. 그리고 벽을 따라 만든 진열장에는 지산동 고분군 출토 유물 130여 점을 비롯하여 다른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무구· 관· 장신구 등의 유물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왕릉전시관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순장(殉葬)제도입니다. 무덤의 주인이라고 생각되는 국왕을 사후 세계에서도 보좌하라고 신하와 시종 등을 함께 묻어버리는 제도로 지산동 44호분의 발굴에서는 무려 32명 이상의 순장자가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100명을 함께 순장하였다는 고대의 기록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이지요.
일견 잔인하게 느껴지는 순장제도지만 사후세계의 존재를 굳게 믿었던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졌겠지만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추기 힘든 사실입니다.
왕릉전시관을 나와 고분군을 산책삼아
한바퀴 돌고 대가야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박물관에는 금동관, 토기, 철기 유물들이 상상이상으로 많았습니다. 대가야가 신라 고구려 백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철기를 다뤘고 문화가 상당했던 왕국이었음을 증명한다며 문화해설사가 힘주어 강조를 하더군요. 가야금이며, 철기 제작 기술, 국제 교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교과서에서는 아주 작게 기술되어 있는 가야가 사실은 큰 나라가 아니었을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령군은 볼거리가 너무 많은 곳입니다.
하루를 꽉 채워도 좋고 잠시만 들러도 얻을 것이 많은 고장입니다.
삼국(신라, 백제, 고구려)과 함께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하며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던 가야국이었지만, 고구려의 한강 이남 지역으로의 이동과 신라의 국가체제 완성 이후 급격하게 몰락하고 말았지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우리들이 배웠던 국사책의 기술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가야 박물관 안내책자에서)
그랬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동 고분군에서 잃어버린 왕국! 가야국의 실체를 조금은 확인하실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