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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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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세상구경

합천 연호사와 함벽루에 다녀왔습니다

기사입력 2026-04-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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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저널]  #세상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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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지요. 근데요. 꿩 대신에 선택한 닭이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더러 있더라구요.
이번 여행이 특히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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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고령군 우곡면 도진마을에 능수도화가 만개했다는 SNS의 글을 보고 18일 친구들과 꽃구경을 나섰습니다.

1시간30분을 부지런히 달려갔는데... 아쉽데요. 예년보다 일찍 개화했고 또 며칠전 내린 비로 꽃잎은 다 떨어졌데요. 큰 기대를 안고 찾아왔을 상춘객들만 마당 가득 북적였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근처의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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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이라고 도진마을 대신에 선택한 장소가 가까운 합천 황강 변에 있는 황우산 연호사입니다. 다시 30분을 부지런히 달려서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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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어딘가 하면 합천군 합천읍입니다. 황강 변인데 산이라고 하기엔, 그렇다고 작은 언덕도 아니고 이런 걸 동산이라고 하나요? 좌우지간 황우산이라 합니다.

절집에 들어서서 설명문을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황우산 정상에는 오래된 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신라가 백제의 침공에 대비해 쌓은 대야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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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다시피 삼국시대때 이곳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대였는데, 대야성은 신라 서부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642년에 백제 장군 윤충의 1만 대군이 대야성을 포위했는데, 당시 대야성 성주는 김품석이었고 그의 아내는 김춘추의 장녀 고타소였다지요. 김품석은 곧 항복하여 가족을 죽인 뒤 자결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윤충이 그들을 모두 죽이고 품석의 목을 베어 왕도에 보냈다”고 기록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나머지 병사를 모아 끝까지 항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죽죽(竹竹)장군이라구요. 그는 “아버지가 나를 죽죽이라 이름 지은 것은 추울때에도 시들지 않고, 꺾일지언정 굽히지 말라 함이다, 어찌 죽음을 겁내 살아서 항복하리오”라며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후로도 대야성의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는데 신라 경덕왕 4년 920년에는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에게 함락되었고, 927년엔 왕건의 군대에게 빼앗겼다가 이후 다시 견훤에게 넘어가는 등 수차례 전란을 겪었으며 대야성은 결국 936년 최종적으로 고려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대야성에서 김춘추의 딸 고타소가 죽는 바람에 김춘추가 더욱 삼국통일에 진력했는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요?)

알고봤더니 연호사(烟湖寺)는 김춘추의 딸 고타소와 죽죽(竹竹)장군, 그리고 대야성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2,000여명의 신라 장병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지은 원찰[願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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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홈페이지에서 빌린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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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벽루는 연호사와 붙어 있습니다. 같은 절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설명문을 보니 함벽루는 1321년 고려 충숙왕때 당시 합주지주사(陜州知州事) 김영돈(金永暾)이 창건하였는데
여러 차례 중건되었다고 합니다.

연호사의 풍광도 좋았지만 그 아래의 함벽루는 인간이 빚어낸 한폭의 예술 작품처럼 좋았습니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 위태로우면서도 우아하게 앉은 누각은 황강의 푸른 물줄기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데요. 원래는 함벽루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황강으로 떨어졌는데 지금은 데크길이 생기면서, 다시는
그런 풍경은 못보게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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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곳에 올랐으면 한시라도 한편
읊어봐야 하는데 한문(漢文)을 모르는 무식한 농부로 살고 있으니... 할 수 없이 선인(先人)들이 남긴 한시(漢詩)를
바라 보면서 그냥 감탄사만 날렸습니다.

이곳 함벽루에는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 남명 조식 등등 역사책에서 봤던 이름이 여럿 보였습니다. 그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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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도 한번 걸어 봤습니다. 발 아래 흐르는 황강의 물소리는 세상사 시름을 잊기에 충분했습니다.
유장(悠長)하게 흐르는 황강을 바라보며 시원한 강바람을 등지고 걷는 길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휴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서야 방문했으니 농부의 세상구경은 두서가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TK저널 기자 (tkj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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